美 에미상 후보 홍지영 동문, 한국 최초 흑인혼혈 야구선수의 삶을 다큐에 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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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커뮤니케이션팀
- 인터뷰자
- 작성일 2025-08-29
- 다큐멘터리 '베이스볼 하모니' 감독 홍지영 동문(언론정보학과 96) 인터뷰
"한 사람의 인생이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 홍지영 동문(언론정보학과 96)의 다큐멘터리 '베이스볼 하모니'(Baseball Harmony)는 이 질문에 응답했다.
홍지영 동문은 차별이 뿌리 깊던 그 시절, 혼혈이라는 이유만으로 설움을 겪었던 김영도 감독의 삶을 통해 다양성과 가족애를 조명했다. 이 작품은 단순한 스포츠 다큐를 넘어 세대를 초월한 사랑과 희생 이야기로 깊은 울림을 전했다.
미국 방송계의 최고 권위인 에미상 다양성(DEI) 부문 후보에 오르며 화제를 모은 이다큐의 연출자 홍지영 동문을 숙명통신원이 직접 만났다.
1. 안녕하세요.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숙명여자대학교 언론정보학과 출신으로,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살아온 다큐멘터리 감독 홍지영(영문명 Amy Hutchinson, 에이미 헛친슨)입니다. 미국 USC(서던 캘리포니아대학교)와 UNLV(라스베이거스 네바다주립대학교)에서 커뮤니케이션 석사 및 교육학 박사를 취득했으며, 현재는 미국 네바다주 College of Southern Nevada(서던 네바다칼리지)에서 강의하고 있어요. 문화 간 소통과 한류 연구를 중심으로 한국의 한 한류학회에 칼럼도 쓰고 있습니다. 주된 작업으로 초국적 개념의 다큐멘터리와 논문 작업을 병행하고 있습니다.
2. 한국 최초의 흑인혼혈 야구선수인 김영도 감독님의 삶을 다룬 다큐멘터리 '베이스볼 하모니'(Baseball Harmony)로 2025년 미국 에미상 다양성 부문 후보에 오르는 큰 성과를 거뒀어요. 이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베이스볼 하모니는 한국전쟁 중에 혼혈인으로 태어나 많은 차별을 겪은 김영도 님의 삶을 따라가면서, 한국과 미국 사이의 문화적 연결을 조명한 다큐멘터리예요. 원래는 이민자 관련 학술 논문을 위해 김 감독님을 인터뷰했어요. 그런데 아버지 병환으로 한국에 머무는 동안 김영도 님의 동문, 제자들과 추가 인터뷰를 진행할 기회가 생겼고, 그렇게 들은 이야기들이 단순한 논문으로 끝내기엔 너무 깊이 있고 울림이 있었습니다. 이건 많은 사람이 볼 수 있는 다큐멘터리 영상으로 남겨야겠다는 결심이 들었죠.
김영도 씨는 1950년 한국인 어머니와 미군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났다. 어린 시절 고아원에서 성장한 그는 다른 피부색으로 차별과 설움을 겪었지만, 동대문상고와 동아대를 거치며 한국 최초의 흑인 혼혈 야구 선수가 됐다. 이후 부산 대신중학교에서 체육 교사이자 야구 감독으로 활동하며 제자들을 길러냈다. 하지만, 한국 사회의 오랜 편견과 차별에서 자녀들을 지키기 위해 결국 야구를 포기하고 미국으로 이민을 떠났다.
3. 처음 후보에 올랐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어떤 기분이었나요?
정말 예상치 못한 영광이라 기쁘고 놀라웠어요. 처음에는 그저 진솔한 이야기를 제대로 전하고 싶다는 마음뿐이었는데, 이렇게 큰 무대에서 인정받는다는 게 믿기지 않았죠. 특히, 작품을 30분 분량으로 재편집하면서 교육학 박사라는 전문성을 살려 메시지 전달력을 높인 점이 좋은 평가를 받은 것 같아 뿌듯했어요.
미국의 저명한 교육학자(Bill Howe)가 이 다큐를 미국 수업의 교육 자료로 추천해 준 것도 큰 힘이 됐고요. 이번 후보 지명은 김영도 선생님의 이야기가 다양성과 포용성에 관한 중요한 담론으로 확산할 수 있는 뜻깊은 계기라고 생각합니다.
4. '베이스볼 하모니' 촬영 중 특히 인상 깊었던 순간을 소개해 주세요.
김영도 님과 따님 사이의 관계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촬영 중 선생님이 "내가 인생에서 제일 잘 한 게 미국 온 거야"라는 말을 자주 하셨는데요. 그것이 단순히 좋은 결정이었다는 뜻이 아니라, 딸을 위한 희생이었다는 걸 알게 됐을 때 큰 울림이 있었습니다. 야구는 김영도 님의 인생을 가장 빛나게 한 것이자 그의 전부였습니다. 자녀를 위해 자신의 인생을 바꾼 아버지의 모습이었죠. 이 장면은 다큐의 핵심 서사에도 깊은 영향을 줬습니다.
5. 김영도 감독님의 목소리를 있는 그대로 담아내기 위해 연출적으로 가장 고민했던 부분은 무엇인가요?
정보와 감정의 균형이 가장 어려웠어요. 역사적 맥락을 담되 감정적으로도 공감할 수 있는 구성을 만들고 싶었죠. 4년 넘게 인터뷰를 이어가며 김 감독님의 깊은 내면을 끌어내려고 노력했어요. 동문들과 제자들의 증언을 통해 다양한 시선이 담기면서 감정과 정보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졌어요. 촬영에서는 곽주일 프로듀서님과 촬영팀이 시네마틱한(영화적인) 연출로 감정을 살려주셔서 큰 도움이 됐고요.
6. 이 다큐멘터리를 통해 전하고 싶었던 핵심 메시지는 무엇인가요?
'진정한 하모니'란 스포츠로만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한 아버지가 딸의 미래를 위해 자신의 전부였던 야구를 포기하면서까지 선택한 희생적 사랑에 있다는 점입니다. 김영도 감독님에게 야구는 정체성과 인생 그 자체였지만, 딸을 위해 야구마저 포기한다는 선택이야말로 가족과 삶, 그리고 세대 간 사랑의 진정한 의미를 보여줍니다. 피부색으로 사람을 판단하고 함부로 대해서도 안 되는 것이고요. 이러한 이야기를 통해 진정한 '하모니'의 가치를 전하고자 했습니다.
7. 편집 과정에서 아쉽게 빠졌던 이야기가 있나요?
인터뷰 중 정말 인상 깊은 이야기들이 많았는데, 스토리 흐름상 다 담을 수 없어 아쉬웠어요. 동대문상고 시절 인종차별을 겪으면서도 야구를 통해 팀원들과 끈끈하게 이겨낸 이야기나 재미있는 과거 장면들을 담지 못했어요. 이를 재연하지 못한 것은 제작비와 촬영 환경의 제약이었죠.
8. 현장에서 인터뷰나 취재가 특히 어려웠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김영도 감독님께서 과거의 기억 때문에 촬영을 거부하신 적이 종종 있었어요. 설득이 어려웠지만, 선생님에 대한 깊은 이해와 믿음이 있었어요. 그분의 속마음과 겉모습이 다를 수 있다는 걸 알고 인내할 수 있었습니다.
결국 다큐 완성 후 에미상 시상식에 함께 참석하시고, 감사를 표현해 주셨을 때 힘들었던 기억들이 모두 보상받는 듯한 큰 감동을 느꼈습니다. 제 다큐멘터리를 통해 한 사람과 그 가족이 상처를 치유하고 위로를 받은 이 경험은 제작자로서 가장 값진 순간이었어요. 또한, 진정한 다양성과 포용성의 의미를 깨닫게 해준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9. 차기작으로 준비 중인 작품을 소개해 주세요.
차기작 중 하나는 충청도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입니다. '이름 없는 삶'을 살다가 이제는 자신의 이름과 꿈을 찾아가는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담았어요. 저는 '젊어서 고생은 사서 한다'라는 말이 고통을 당연하게 여기게 만드는 것으로 변질된 점에 사회적 문제의식을 느껴왔어요. 할머니들의 모습에서 진정한 삶의 가치와 행복의 의미를 다시 깨닫게 됐습니다. 연령이나 세대 구분 없이 본인이 하고 싶은 꿈을 향해 즐겁고 행복하게 나아가는 모습들이 더 많아지길 바랍니다.
10. 동문님이 생각하는 '좋은 다큐멘터리'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진정성'이라고 생각해요. 억지로 만든 이야기나 거짓이 섞인 작품은 결국 오래가지 못한다고 생각해요. 저는 5년여에 걸쳐 이 작품을 만들었고, 미국에서도 한 편을 제대로 만들려면 평균 7년이 걸린다고 합니다. 정성을 다한 진정성이 좋은 다큐를 만든다고 생각합니다.
11. '베이스볼 하모니'가 대중들에게 어떤 의미로 남길 바라나요?
'베이스볼 하모니'를 통해 전달하고 싶은 건, 문화적 차이를 극복한 인간의 보편적 감정이에요. 한 아버지의 희생적 사랑과 가족을 위한 선택, 그리고 정체성과 소속감에 대한 고민은 국경을 넘는 모두의 이야기니까요. 이미 성공한, 훌륭한 위인이나 정치인보다는 개인의 내면과 가족 관계에서 진정한 연결과 이해를 찾아가는 작품들이 많아지길 바랍니다. 모든 사람이 다 훌륭한 위인이 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열심히 삶을 사는 일반인들의 뒷받침이 있어서 그분들이 위대해질 수 있기도 했고요.
12. 앞으로도 이번 다큐멘터리처럼 '사회적 소수자'의 이야기를 계속 다룰 계획이 있나요?
이미 탈북민의 한국 정착을 주제로 한 논문과 다큐를 제작했고, 논문은 출판된 상태입니다. 앞으로도 다문화 사회에서 함께 살아가는 다문화인들과, 약자로 여겨져 주목받지 못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영상으로 풀어나가고 싶습니다.
13. 마지막으로, 동문님은 앞으로 어떤 감독이 되고 싶으신가요?
앞으로도 논문과 작품을 병행하며, 학문적으로도 탄탄한 기반을 지속적으로 보여주는 감독이 되고 싶어요. 일반인도 쉽게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영상 작품을 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30분 내외로 누구나 쉽게 보고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을 제작하고, 이를 바탕으로 연구와 작품이 함께 나오도록 일하고 싶어요.
또한, 특정 국가에 국한되지 않고 젊은 세대에는 힘을 주고, 전 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주제를 다루고 싶습니다.
취재: 숙명통신원 24기 안소현(문화관광학전공 24), 조성연(자유전공학부 25)
정리: 커뮤니케이션팀